영남알프스는 3개 광역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군으로 그 광활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강 이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남알프스는 날이 차가워지면 산골짜기마다 단풍이 수를 놓고, 산릉과 평원에는 하얀 꽃대를 세운 억새가 춤을 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배내봉을 올랐다.배내봉은 낙동정맥의 마루금에 자리한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에서 남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가 배내고개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배내봉을 연결고리로 간월산을 거쳐 이어간다. 울주군에서 세운 배내봉 표석에는 ‘해발 966m에 위치한 배내
백두대간 초점산(삼도봉)에서 분기한 수도지맥修道枝脈이 경남·경북의 도계를 이루고, 이어 경남으로 접어들어 거창과 합천을 가르며 뻗어 내린다. 비계산을 지난 산줄기는 산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광주-대구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를 건너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1,000m가 넘는 산 두 개를 일으켜 세운다. 거창과 합천의 경계에 솟은 오도산과 두무산(1,036.2m)이다. 이 두 산을 정점으로 지맥은 합천으로 접어들며 한껏 수그러든다.오도산吾道山은 웅장하지도, 수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1962년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한국 표범이 생포
여름 끝자락에 경북 문경시 산북·동로면의 공덕산功德山을 올랐다. 공덕산은 전형적인 토산이라 산세가 부드럽지만, 천주산은 암봉으로 북서쪽이 깎아지른 바위벽이라면 남동쪽 산 사면은 거대한 슬랩을 이룬다. 묘봉 능선은 중간 중간 로프가 걸린 암릉이 있어 스릴감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암괴석에 분재 같은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하다. 또 곳곳에 시원한 조망 터가 많아 눈이 즐겁다.산행은 공덕산과 천주산을 연계한 종주산행으로 약 10km의 거리다. 전두구암 버스정류장에서 대승사로 향하는 길가에는 온통
함양은 지금 국제행사인 ‘2021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준비에 한창이다. 이 행사는 ‘천년의 산삼, 생명 연장의 꿈’이라는 주제로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제행사로 펼쳐진다. 경남 서북단의 함양은 ‘빛이 가득한 고장’이란 이름답게 지리산을 비롯해 덕유산, 백운산 등 수많은 명산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기세가 눌리지 않고 당당하다. 그 기운 센 땅에는 자연물이 풍부하고, 사람들은 명산에 기대어 살아간다. 조선시대 이중환이 저술한 에는 함양을, 토지가 비옥한 ‘산수굴山水窟’이라 적고 있다. ‘산이 높고 물이 많
예년에 비해 늦게 시작된 장마가 끝나고 이제 무더운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때쯤이면 우리 선조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해 산이나 계곡을 찾아 더위를 피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매한가지다. 시원하게 휘도는 산줄기와 물줄기를 바라보며 등줄기에 흐른 땀을 산바람으로 식혀 보자.경북 상주의 백화산白華山을 올랐다. 백화산은 높고 험한 산세로 인해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군사적 공격과 방어 기지로 이용돼 상주지역에서는 ‘호국의 산’으로 일컫는다. 백두대간 봉황산에서 발원한 구수천龜水川이 수봉리마을에 이르러, 백
서예에 쓰이는 검은 물감은 ‘먹’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묵墨’이다. 에는 먹 생산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지명의 하나로 경북 경주의 묵장墨匠(먹을 만드는 장인)산山이 나온다. 이 묵장산은 지금의 경주시와 울산광역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이름과 달리 먹 생산과는 관련이 없다.울주군 두동면 상월평마을의 동쪽 가장 높은 781.2m봉이 묵장산이며, 치술령鵄述嶺은 그 남쪽에 솟은 766.1m봉에 표기돼 있다. 결국 묵장산은 치술령의 어엿한 주산인 셈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박제상이나 치술신모의 설화와 연관성이 있
경남 함안군은 지난 3월 아라가야의 유적지와 지역 명소를 연결하는 ‘아라가야 역사 순례길’이라는 새로운 걷기 코스를 만들었다. 이 길은 가야읍내의 전통 재래시장을 비롯해 주변 경관이 빼어난 함안 중심지의 명소와 고대 아라가야의 성터, 고분군 등을 연결하고 있다. 특히 정자와 연못, 시장과 공원 등 함안의 다채롭고 활기찬 풍경을 두루 느껴볼 수 있어 좋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고대 유적지에서부터 현대인들의 삶이 느껴지는 전통시장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을 이어 주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순례길은 함안 버스터미널이 출발점
화창한 봄날,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의 산을 찾았다. 톱니바퀴 같은 해안선을 따라 쪽빛 바다가 펼쳐지고, 굽이진 산길에는 계절의 향기를 좇아 피어난 갖가지 야생화가 화사함을 자랑한다. 드넓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의 하모니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거제巨濟’라는 지명이 쓰인 것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이다. ‘거巨’는 거제도가 큰 섬임을 뜻하고, ‘제濟’는 구救한다는 의미가 있어 ‘크게(많은 사람을) 구제救濟하는 섬’이라 일컫는다. 예부터 전해지는 ‘거제 계룡산하 구백만巨濟 鷄龍山下
드디어 봄이 왔는가보다. 얼었던 땅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벌과 나비는 꿀을 찾아 맴돈다. 하지만 세상이 뒤숭숭하니 사람들은 아직 봄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두려운 이때 봄맞이에 나서는 일은 괜히 눈치 보인다. 그래도 힘들고 어려울 때면 스스럼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넓고 푸른 자연의 품이 아니던가?경북 경산시와 청도군의 경계를 이루는 선의산仙義山(757m)과 용각산龍角山을 찾았다. 두 산은 비슬지맥이 지나는 산릉의 북·남에 자리한다. 높지 않으나 산정에 서면 펼쳐지는 조망이 시원하다. 또 마
입춘이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진다.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렸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렇지만 산길에 휘몰아치는 바람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길섶에는 녹지 않은 서릿발이 발길에 서걱댄다. 변덕 심한 날씨는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다시 추워졌다. 전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고, 지역에 따라 눈도 내렸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경북 김천시 아포읍의 제석봉帝錫峰(512m)을 올랐다. 제석봉은 금오지맥金烏枝脈의 산으로 구미 금오산(977m)과 가까운 이웃이다. 약 81.5km의 금오지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좀처럼 눈 쌓인 산을 보기가 힘든 남녘에서 거센 눈보라를 맞았다. 보현산普賢山(1,126m)은 고도가 1,000m를 넘다 보니 겨울이면 십중팔구 눈이 있다. 모처럼 눈발이 휘날리는 산릉을 밟는 행운을 누렸다.영천은 예로부터 이수삼산二水三山의 고장이라 했다. 고을의 진산鎭山인 보현산을 발원지로 동서에 자호천과 고현천이 흘러 금호강을 이루므로 이수二水라 한다. 또 북쪽의 보현산, 동쪽의 운주산雲柱山(806m), 서쪽의 팔공산八公山(1,193m)을 가리켜 삼산三山이라 말한다. 이처럼 보현산은 영천을 상징하지만, 실
부산은 산과 바다, 강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도시다. 특히 금정산金井山(801.5m)은 부산의 진산鎭山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아 많은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구 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금정산이 있다는 사실에 산을 좋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금정산은 산행뿐만 아니라 가족·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라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둘레길도 있다.금정산 숲속 둘레길은 말 그대로 금정산 자락을 빙 두르는 숲속 사면 길을 연결한 것이다. 금정구 범어사에서 동래구 금강공원~
사람이 각자의 이름을 갖고 있듯 산도 제각각 이름이 있다. 또 사람들의 이름에 나름 숨은 의미가 있듯이, 산도 그 이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전설을 품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의 지형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산이 많다는 사실이다. 산자락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예전부터 불러온 이름이 있는 산인데도 말이다. 경남 양산의 능걸산도 그런 산 중의 하나다.능걸산陵桀山(783m)은 영축지맥에서 살짝 벗어나긴 했어도 염수봉 남쪽에 위치해 영남알프스에 가까운 언저리의 산이다. 산자락의 어곡동魚谷洞은 본래 ‘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단풍도 저물어 시들어버린 이파리로 떨어진다. 한여름 잡목과 덤불로 우거졌던 산길이 이때쯤이면 희미하나마 제 모습을 드러낸다. 더불어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가려졌던 조망이 트이고 등산화에 밟히는 낙엽 소리 또한 정겨운 하모니로 다가온다. 한 해의 끝자락에 남녘 바닷가에 자리한 향로봉香爐峰(578m)을 새로운 코스로 올랐다.이 향로봉은 여러모로 비운의 산이다. 먼저 남한지역 백두대간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 향로봉(1,296m)의 유명세에 밀린다는 점이다. 흔히 동명의 산을 구분하기 위해 앞에 지역명
곧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다. 이때쯤이면 하늘이 맑고 쾌청한 날씨가 많지만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국화가 활짝 피며, 산에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산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경북 영천시 신녕면과 군위군 고로면 경계에 자리한 화산華山(828m)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팔공지맥의 산이다. 산정은 평탄한 분지로 울창한 숲이 있어 예로부터 산수가 좋기로 유명하다. 〈교남지嶠南誌〉 신녕군 편에 ‘봉우리가 해바라기꽃葵花과 같아 화산花山이라 하였다’고 나온다.
날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어디 산꾼뿐이겠는가?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새해가 밝으면 하늘을 쳐다보며 일 년 농사를 점치곤 했다. 농업의 특성상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이지만 가뭄은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재앙이었다.경남 합천의 산성산山城山(742m)은 산 아래 쌍백면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곳이다. 20여 년 전 합천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도 이 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 산성산 ‘동이듬’이다. ‘듬’은 바위 벼랑을 일컫는 경상도의 방언이다. 산성산은 동이듬
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마는 끝이 났다. 긴 장마는 전국을 물바다로 만들어 산꾼들의 발길마저 멈칫거리게 했다. 장마 덕(?)이랄까, 오랜 무더위는 느낄 겨를도 없이 어느덧 입추가 지났다. 그래도 여름의 뒤끝이라 계곡의 시원함이 아른거린다. 영남알프스의 천황산을 찾아 금강동천의 맑은 계류에 탁족이라도 즐기며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천황산 하면 떠올리는 수식어가 있다. ‘광평추파廣平秋波’다. 광활한 사자평고원에 가을이면 하얀 꽃대를 세운 억새가 바람 따라 일렁이며 장관을 연출하는 풍경을 일컫는다. 그렇지만 산이 감
남한을 지나는 백두대간 684km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315km가 경북을 지난다. 이것은 경북지방에 그만큼 산지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백두대간이 뻗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상주도 유난히 산이 많다. 그중에서도 상주 시가지에 위치하면서 낙동강이 가까운 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늘 한적한 멋을 풍기는 산이 백원산百元山과 식산息山(503m)이다. 특히 백원산과 식산은 상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정작 상주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한갓진 산이다.백두대간 상주 구간 웅이산(794.1m)에서 선산읍 원리로 뻗어가는 기양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꽃샘추위에 날씨마저 갈팡질팡. 여전히 봄은 멀어만 보인다. 그렇지만 새파란 생명들은 이미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배기 보리밭에는 늦자란 보리가 바닷바람에 넘실댄다. 남녘 해안에 다가선 봄은 한결 부드러워진 갯바람을 타고 뭍으로 올라온다.봄기운이 무르익은 사천의 각산角山을 올랐다. 지금은 사천시로 통합돼 겨우 삼천포항이라는 지명만 남아 있는 옛 삼천포시가지의 끄트머리에 솟은 각산은 ‘엎드린 용의 뿔처럼 생긴 형상’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북쪽의 와룡산(798m)과 이웃하면서도 단절된
지리산은 광활하다. 1,000m가 넘는 수많은 봉우리와 흔히 말하는 ‘아흔아홉 골짜기’는 지리산의 지리적인 높고 깊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품마저도 넓고 넉넉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지리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새해가 되면 해맞이 산행 인파로 지리산 천왕봉은 발 디딜 곳 없이 붐비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천왕봉이 아니더라도 지리산의 아름다운 설경을 즐길 만한 곳이 있다.겨울철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벽소령 길(함양 구간)로 오를 수 있는 지리산 삼각고지다. 좀처럼 눈을 보기가 어려운